경상북도 영주여행(1) - 무섬마을, 평은역 그리고 영주댐

2014. 8. 7. 22:35일상/여행기

경상북도 영주여행 - 무섬마을, 평은역 그리고 영주댐



1년이나 지난 기억을 들춰내며 글을 쓴다는 게 쉬운일은 아니지만, 당일치기 여행을 1박 2일 여행으로 바꿀 뻔 했던 영주에 대한 느낌을 다시 끄집어 내고자 합니다. 어디서 처음 알게 되었는지 이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넓은 강변에 넉넉히 쌓여있는 모래들.. 그리고 그 위를 흐르는 깨끗한 물을 가진 내성천 사진을 보았을 때,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이 멋진 강이, 4대강 사업의 하나인 영주댐 건설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이 강이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았을 때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더구나, 외국의 어떤 교수 - 한스 베른하르트 - 는 내성천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감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여생을 내성천에서 보내고 싶다고 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그 결정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요. 그리고, 2013년 8월 24일 토요일.. 드디어 영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지도서울에서 영주 가는 길


서울에서 3시간을 넘게 달려서, 고대하던 영주, 무섬마을에 도착합니다. 무섬 마을의 고택도 보고, 깨끗한 내성천에서 아이들 물놀이를 즐기게 하려는 생각에 먼 길이었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듯 합니다. 내성천을 만나기 전 먼저 만난, 영주에서 내성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서천을 보자 기대는 더욱 부풀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행사장 사진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축제 무대


무섬마을은 외나무다리 축제가 한창인 듯 했습니다. 여기저기 행사 관련 가건물, 무대등이 어지러히 모래밭을 뒤덮고 있었고, 모래밭 곳곳에는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를 부르며 꿈꾸었던 강변 모래밭은 찾을 수 없었고습니다. 




내성천물이 엄청나게 불어난 내성천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유량이 많고, 유속이 세서 물속을 거닐기에는 적당하지 않았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 떨어지면 물에 휩슬려 갈까 두려웠습니다. 더더욱 싫었던 것은, 물은 시멘트 국물이 흐른듯 맑지 않았고, 물에서 하수구 냄새까지 나고 있었습니다. 비가 올 때, 하수를 몰래 버린 공장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가까이에 있는 영주댐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성천 지도영주댐과 무섬마을 사이의 거리


위 지도를 보시면 - 클릭하면 커집니다 -, 왼쪽 동그라미가 무섬마을, 오른쪽 동그라미가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는 곳입니다. 직선거리로 10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듯 합니다. 이제 건설이 마무리가 되어, 올해 말부터 담수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공사장에서 흘러나오는 흙탕물은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댐으로 인해 상류로부터 더 이상 모래가 댐 하류로 내려오지 못할 것이고, 홍수 방지를 위해, 댐이 물을 급격히 방류한다면, 댐 하류의 모래는 금방 씻겨져 나가겠지요. 아마 무섬마을의 외나무 다리는 곧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폐쇄되어 버린 평은역을 지나서 거대한 영주댐을 보았습니다. 담수하기 전의 댐은 정말 거대한 악마같더군요. 그로 인해 사라져갈 평은면, 평은초등학교를 지나가며, 이 곳에 사시던 분들의 마음은 어떨지, 이 곳이 고향인 분들은 이제 어떻게 고향을 찾을지, 그리고, 그 아름다운 풍경들이 깊은 물속으로 잠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져왔습니다. 부디 아름다운 내성천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소수서원과 부석사를 보기 위해.. 내성천을 떠났습니다.